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벚꽃 스캔들’로 이르면 오는 5일부터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기간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서 지역구민들에게 불법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아베 전 총리 턱밑까지 들이닥치면서 총리직 연임을 노리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이 아베 전 총리와 거리를 두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4일 ‘벚꽃 스캔들’을 수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가 오는 5일 일본 국회 폐회 직후부터 아베 전 총리를 직접 조사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의 비서들도 줄줄이 입건될 전망이다. 검찰은 ‘벚꽃을 보는 모임’의 회계실무를 맡은 아베 전 총리의 공설 제1비서와 사무직원 2명에게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뒤 약식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검찰은 아베 전 총리 측이 2016년~2019년까지 정부 주최로 매년 4월 봄맞이 정부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서 지역구 지지자들을 초청해 도쿄의 고급호텔에서 향응을 제공한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참가자들이 낸 돈은 5000엔 정도로 호텔이 밝힌 최저 비용(1만1000엔)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아베 전 총리 측은 4000만엔(4억2000만원)을 보전하고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록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벚꽃 모임은 아베 전 총리가 2차 집권을 시작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이어졌지만,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시효를 적용할 수 있는 최근 5년간이 검찰 수사 대상이다.
아베 전 총리의 비서는 정치자금 내역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위법은 없었다’던 아베 전 총리와는 상반된 진술을 한 것이다. 일본 정치자금규정법은 정치자금 수지 기재를 의무화하고, 위반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10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검찰은 아베 전 총리가 기록 누락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살펴볼 전망이다.
지난 9월 퇴임하자마자 정치 활동을 재개한 아베 전 총리는 검찰 수사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일본에서 전직 총리가 검찰 조사를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요리우리신문은 “정계에서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 저하는 불가피하고, 자민당 내 역학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자민당 내 아베의 존재감 저하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도쿄신문은 한발 더 나아가 “아베 전 총리가 미기재하는 것을 승인했다면 ‘공범’으로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에 이미 일본 전역을 달군 ‘벚꽃 스캔들’이 이제야 다시 부각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자민당 내에서는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를 중심으로 ‘아베 재등판론’이 나오던 터였다. 아베 전 총리도 총선 역할론을 자임해왔다. 그는 지난 2일 자민당 의원 약 30명과 만나 “차기 중의원 선거를 위해 새 후원회를 만들어 지원자를 늘려야 한다”면서 “지금껏 세 번의 선거는 모두 순풍이었는데, 앞으로는 역풍에도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비서만 기소되더라도 유죄라면 연좌제가 적용돼 아베 전 총리 본인도 아웃”이라며 “스가 총리로서는 자민당 내 ‘아베 3선’의 목소리를 봉쇄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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