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후보 마지막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가운데 확실한 승자는 진행자 크리스틴 웰커 NBC 앵커라는 평가가 나왔다.
마지막 TV토론 진행 크리스틴 웰커 NBC 앵커
1992년 이후 첫 흑인 대선후보 TV 토론 진행
빠른 진행, 맺고 끊을 때 아는 균형감 돋보여
"끔찍·불공평" 비판하던 트럼프도 "감사·존중"
웰커는 차분하면서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90여분 간 토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차 토론 때처럼 상대방 말을 끊거나 방해하지 못 하게 한 '음소거 방식'의 도움도 받았지만, 두 후보가 주제에 집중하도록 끌고 나가는 노련한 진행 능력을 보여줬다.
AP통신은 "웰커는 올해 선거 운동에 지금까지 없었던, 리더십에 대한 실질적인 논쟁을 미국인들에게 제공했다"고 전했다. 가디언도 "마지막 토론의 확실한 승자는 웰커"라고 평가했다.
난장판이 된 1차 TV토론을 진행한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는 웰커에 대해 "솔직히 질투가 났다"면서 "나도 수백 번 방해받는 대신 진정한 의견을 교환하는 토론을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웰커는 1998년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지역 방송국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NBC 필라델피아 지역방송국 기자로 옮기며 메이저 언론사에 발을 디뎠다. 2011년부터 백악관을 출입했고, NBC 간판 프로그램인 '투데이쇼' 주말 앵커로도 활약하고 있다.
웰커는 적절한 때에 발언 기회를 주고, 적절한 시점에 자르는 판단력과 순발력을 선보였다. 예의 있으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두 후보를 적절히 통제했다. "자, 갑시다", "다음 주제가 많아요" 등 적절한 추임새를 넣으며 두 후보를 토론 결승선까지 잘 몰고 갔다.
"10초 드리겠다"며 짧게 반박 기회를 줬다가 장광설이 시작되려는 조짐이 보이면 "자,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냉정하게 잘랐다. 후보가 말하도록 할 때와 잘라야 할 때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았고, 논의가 생산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순간을 잘 포착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 가족이 사업 과정에서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주장을 펴자 한동안 말을 이어가도록 허용하다가 "바이든 형제들은 돈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라는 대목에 이르자 웰커는 "알겠다. 대통령님, 고맙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그 수혜자는 웰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웰커 앞에서는 '순한 양'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발언 기회를 얻으면 "고맙다.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토론 중간쯤에는 "지금까지는, 당신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매우 존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악관을 출입하는 웰커가 트럼프식 화법에 익숙했던 것도 도움이 됐을 수 있다.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웰커는 압박성 질문으로 명성을 얻었는데,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웰커가 지난 1월 NBC 간판 프로그램인 '투데이'쇼 주말 앵커를 맡게 되자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게 된 데 대해 축하한다. 그들(방송국)이 아주 현명한 결정을 했다"고 인사를 건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TV토론 날짜가 다가오자 웰커가 민주당 편향적이라며 진행자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트위터에서 "그는 대부분 가짜뉴스 기자들처럼 항상 끔찍하고 불공평했다"고 비판했다.
보수 매체인 뉴욕포스트와 폭스뉴스는 웰커 부모가 민주당에 기부한 전력을 들어 웰커가 민주당에 끈이 닿아있는 불공정한 진행자라고 몰아세웠다. 정작 토론이 시작되자 트럼프 대통령 측은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웰커는 바이든 후보를 향해서도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차남 헌터 바이든의 중국·우크라이나 등 해외 사업에 비윤리적인 면이 있는지, 바이든 본인이 외국으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얻은 게 있는지도 물었다.
폭스뉴스는 "메이저 언론이 헌터의 비리 의혹에 침묵하는 가운데 크리스틴 웰커가 침묵을 깨고 물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TV토론에서 크리스 월리스가 바이든 후보를 도와줘서 "2대 1"로 토론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는데, 아직 웰커에 대한 불만은 제기하지 않았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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