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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다가 만 껌."(2020년 4월)
"중국은 핵미사일을 1000기로 늘려야 한다."(2020년 5월)
"BTS 논란은 한국의 선정적 언론 탓."(2020년 10월)
귀가 번쩍 뜨일 과격 발언. 한 사람이 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60) 편집인이다. 그는 지난 몇 년 사이 해외 언론이 가장 많이 아는 중국 언론인이다. 중국을 취재하는 한국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가 수시로 중국 정부에 편향된 강성 발언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사에서 후 편집인이 '막말 논란'으로 단골처럼 등장하는 이유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 [사진 바이두바이커]
후시진의 역할, 명확하다. 중국 공산당과 지도부를 대신해 속 시원히(?) 말해준다. 지난 5월 후 편집인의 핵무기 발언을 보자. 발언 직후 외신 보도로 논란이 커진다. 중국 정부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에도 언론의 자유가 있다”며 논란에서 빠진다. 그러면서도 “환구시보에 취재 신청을 해 후 편집인에게 국제 문제에 대한 관점을 들어보라”고 은근히 지지한다. 후시진이 ‘중국 공산당의 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의 웨이보와 트위터엔 중국 관련 정치 사안에 관한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지난 2일 후시진 편집인이 웨이보에 올린 자신의 루머에 대한 해명글. [왕이닷컴 캡처]
후 편집인 웨이보에 다른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이날 오후 웨이보에 “최근 네티즌들이 알게 된 나와 관련된 내용은 모두 거짓이다. 이번 일에 연루된 무고한 환구시보 여직원 2명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다. 루머에 대해 부인하는 내용인 것 같다. 무슨 내용이길래?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 [사진 바이두바이커]
중국 왕이닷컴, 홍콩 명보와 빈과일보, 중화권 매체 둬웨이 등을 종합해 보면 이런 내용이다. 최근 후 편집인은 중국 공산당 사정·감찰기구인 중앙기율위원회(기율위)와 국가감찰위원회에 고발당했다. 고발 내용은 불륜이었다. 그가 신문사 전·현직 직원 2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각각 1명의 혼외자를 낳아 이들이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후 편집인의 스캔들이 알려지면서 중국 전역은 발칵 뒤집혔다.
돤징타오(段靜濤) 환구시보 부편집인. [사진 바이두바이커]
고발은 돤징타오(段靜濤) 환구시보 부편집인이 했다. 돤 부편집인은 “후 편집인이 공산당의 관영 언론사 책임자로 일하며 겉으로는 성실한 애국자인 척을 했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방탕하고 부패한 생활을 일삼았다”고 비난했다.
중국 온라인에 도는 돤징타오의 후시진에 대한 기율위 고발내용.[왕이닷컴 캡처]
이런 내용이 담긴 기율위 웹사이트 고발 기록이 캡처돼 중국 온라인상에 돌고 있다. 후 편집인과 연루된 여직원 2명의 이름도 그대로 공개됐다. 장난이(張楠伊)와가오잉(高穎)이다.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돤 부편집인이 벌인 ‘모함’이라는 거다. 후 편집인 주장에 따르면 돤징타오는 3~4년 전부터 자신이 편집인이 될 거라고 주위에 말하고 다녔다. 10월 27엔 돤징타오가 후 편집인을 찾아와 고발 사실을 알렸다. “이미 기율위 등이 조사를 마치고 결론을 냈으니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협박했다.
후시진이 공개한 돤징타오와의 위챗 대화내용.[진르터우탸오 캡처]
하지만 다음날엔 돤징타오는 "자신이 악마 같았다.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며 위챗으로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후 편집인은 웨이보로 돤징타오와의 대화 화면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고발에 연루된 여직원 2명에게도 사과를 했다. 후 편집인은 또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환구시보 사무위원회와 인민일보에 조사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추후 조사 결과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 편집인은 11월에도 루머에 연루됐다. 홍콩 매체 봉황망의 한 기자가 “후 편집인의 아들이 캐나다에 이민시켰다”며 “아들과 자신의 재산이 해외에 있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라고 폭로했다. 후 편집인의 1년 연봉이 1200만 위안(약 20억1200만원)에 달한다고도 했다. 자신의 SNS 영향력으로 돈을 벌기 때문이라는 거다. 후 편집인은 당연히 “말도 안 된다. 아들은 없고 딸만 하나 있다”며 강력히 부인한다.
돤징타오는 왜 후시진을 협박한 지 하루 만에 사과했을까. 결론이 났다는 기율위 조사 결과는 어떨까. 후 편집인은 말하지 않는다. 재산 관련 논란도 그렇다. 홍콩 명보는 후 편집인이 2015년에도 공금 남용으로 인민일보의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이번 폭로가 일부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더구나 폭로가 회사 측근이나 언론계 종사자 같은 ‘내부자’에게서 나온 점도 파장을 키운다.
2005년 환구시보 편집인이 돼 중국 언론 최장수 편집인이 된 후시진이다. 스캔들은 16년간 끄떡없었던 그의 지위를 무너뜨릴까. 진실은 뭘까. 중국 공산당 기율위와 인민일보의 발표에 언론이 눈과 귀를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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