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의 명소인 '카즈베기'는 한적한 시골 마을을 감싸는 거대한 자연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말겠다는 의지를 갖게 만드는 웅장한 산맥의 일부이다. '산'을 눈에 담고 또 가슴에 담기 위해 찾는 이 마을에는 뛰어난 뷰를 자랑하는 호텔이 하나 있다. 바로 룸스 호텔이다. 이 호텔만큼 이름 난 곳이 없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여행객이 급증하는 추세에 맞게 길도 새로 닦고, 건물도 새로 짓고 있는 중이었지만 말이다.
룸스 호텔(Rooms Hotel)은 4계절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카즈벡산을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이다. 가난한(?) 배낭여행객들부터 직장인 여행자는 물론, 중년과 노년을 아우르는 부부 여행자까지 꼭 하루라도 룸스 호텔 숙박 계획을 넣는 것은 물론이다.
조지아 여행에 관해 찾다보면, '성수기엔 하루 숙박료가 20만 원 정도 하는 호텔에서 꼭 숙박을 해야 할까?'라고 고민하는 글이 제법 올라온다. 룸스 호텔은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레스토랑만 이용하면 테라스에서 뷰(view)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는 여행객들이 조식 뷔페만 이용하기도 하고, 트래킹을 마친 등산복 차림의 여행객들이 식사와 맥주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동안 잠깐 즐기는 뷰가 다는 아니다.
하지만 웬걸, 내가 카즈베기에 머무는 4일 내내 흐렸고, 종종 비가 내렸으며, 마지막 떠나는 날엔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그래도 룸스 호텔 마운틴뷰 숙박이 좋은 이유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 아침
3시간 걸려 카즈베기에 도착했다는 기쁨도 잠시. 하늘을 뒤덮은 구름에 내 마음도 온통 흐렸다. 당최 푸른 산 밑동만 보려고 온 건 아닌데... 날씨를 탓했다. 보통 여행지에서 늦잠을 자곤 했지만 카즈베기에서는 3일 내내 새벽에 눈을 떴다. 밤마다 반짝이는 마을 불빛에 눈을 깜빡이다 잠들었다.
암막커튼을 닫지 않았고, 구름뿐인 새벽이 눈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몸이 반응했다. 바람에 떠밀려 서서히 움직이는 구름의 무리에 이끌렸다. 맑은 날에 나온다는 설산의 봉우리와 일출에 타오르는 모습까지, 매일 아침은 내게 선물을 주었다.
비가 내리거나 잔뜩 흐린 날엔 트래킹을 언제 나설지 생각하며 오전을 보냈다. 하루는 창 밖의 푸른 기운을 삼키며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기도 했다. 부스럭거리는 하얀 이불 속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무 때나 테라스로 나갔다. 그 풍경은 무조건 마음을 예쁘게 만져주었다.
룸스 호텔에서 꼭 이용해야 하는 수영장(과 북유럽식 사우나) 역시 여유를 부리기에 완벽한 곳이다. 의외로 낮시간에 사람들이 많고, 아침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풍경 맛집 수영장에서 한참 첨벙거리다가, 야외 테라스로 나가 차가운 바람을 한 몸에 안았다가,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에서 몸을 데우고 나면 건강한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 호텔 주변을 걷고 해먹에 누워 하늘을 보는 것은 덤이다.
책과 램프, 보드게임과 망원경 같은 소품에 한 번 눈길이 가면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들다. 여행객들은 환희, 대화, 눈짓으로 인사한다. 어쩌다 나누는 대화는 톡톡한 재미를 준다. 왔다 갔다 만나는 직원들의 얼굴을 익힐 때쯤 떠나야 하는 아쉬움 역시 여행자가 가져야 할 마지막 감정.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내게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려는 수단이 아니다. 여행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해보고, 그 나라의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여행지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이다. 룸스 호텔에 머무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가며 여러 가지 감정을 섞었다. 그려보고, 써보고, 무언가를 배우며.
덧붙이는 글 | https://ift.tt/2ZyLXai 에서도 볼 수 있는 글입니다.
September 14, 2020 at 08:56AM
https://ift.tt/35tp3F8
조지아 여행객들이 꼭 예약하는 숙소, 직접 가보니 - 오마이뉴스
https://ift.tt/3fkzJr5
No comments:
Post a Comment